바젤3란 무엇인가?
스위스 바젤의 은행감독위원회 (Basel Committee of Banking Supervision)가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2010년 9월 금융기관에 대한 자본 및 유동성 규제를 강화할 목적으로 만든 국제공조이다.
바젤 은행감독위원회(BCBS)의 등장 배경.
1974년 6월, 독일 헤르슈타트 은행이 파산한다. 당시 영국과 미국 은행들로부터 많은 부채를 지고 있던 독일 헤르슈타트 은행과 “통화 간 지급결제” 거래를 했던 미국의 은행들은 헤르슈타트의 갑작스러운 파산으로 인하여 큰 손해를 입었다. 이렇게 국가 간 지급결제 과정에서 발생한 리스크를 외환결제리스크 또는 헤르슈타트리스크라고 한다.
헤르슈타트 은행의 파산은 기존 거래관계에 있던 은행들은 물론이고 국제 외환시장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이에 각국의 금융감독당국은 자국 소재 금융기관들에 대해서만 감독을 하던 과거의 시스템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러한 인식의 전환은 자국 이외에 글로벌 차원에서 금융기관들에 대한 체계적인 감독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의로 이어졌고 1974년 말에 열린 선진 10개국 중앙은행 총재회의의 결의로 스위스 바젤에 사무국을 둔 국제결제은행(BIS) 산하의 은행감독위원회(BCBS)가 설립됐다.
이후 국제공조 차원에서 국가 간 지급결제시스템이 가진 약점들을 보완하고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자 창설된 바젤의 은행감독위원회는 오늘날 바젤 I, II, III로 불리는 자기자본 규제제도를 마련하게 된다.
자기자본 규제제도란?
금융기관은 영업을 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를 적절하게 관리하지 못하는 경우 도산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은행은 대출한 자금을 만기에 완전히 상환받지 못할 수 있는 위험, 즉 신용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외에도 은행은 보유하고 있는 채권이나 주식의 가격 하락, 직원의 자금 횡령 등 다양한 종류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이에 따라, 은행이 도산하지 않고 영업을 지속할 수 있으려면 위험이 현실화되어 손실로 나타난 경우에도 이를 충당할 수 있을 만큼의 자본을 보유할 필요가 있는데 이를 제도화한 것이 자기자본규제제도이다. 즉 자기자본규제제도는 금융기관이 영업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손실을 입는 경우에도 정부나 중앙은행의 자금지원 없이 스스로 손실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의 최소 자본을 사전에 쌓아 두도록 하는 제도이다.
바젤1의 도입.
1980년대 남미 국가들은 과도한 외채로 인해서 국가부도의 상황에 놓이게 된다. 그러한 경제적 충격은 남미 국가에 해외 지점을 보유한 글로벌 은행들의 자본비율을 크게 악화시켰다. 1970년대 발생한 헤르슈타트 은행의 파산 때와 마찬가지로 국제적 공조의 기반 위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글로벌 차원의 자기자본규제제도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부각됐고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여 바젤의 은행감독위원회는 1988년 7월 ‘자기자본 측정 및 자기 자본에 대한 국제적 통일기준’ 즉, ‘바젤 I’을 발표하였다.
바젤I의 요지는 위험을 고려하여 자본비율을 산출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은행들이 위험가중자산을 기준으로 자기 자본을 일정 수준 보유하도록 만든다면 비록 위기로 인해 큰 손실이 발생하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그러한 충격을 금융기관이 자체적으로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자기 자본을 늘리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은행들이 과도하게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것을 선제적 차원에서 억제하는 수단도 될 수 있다.
바젤I 발표 이전의 상황은 공격적인 영업으로 금융기관들의 자기자본비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던 시기였다. 바젤 I 도입은 이러한 하락 추세를 반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금융기관 간 자기자본비율이 동일한 방식에 의하여 계산되므로 은행 간의 비교가 쉬워지면서 시장의 투명성을 제고시키는 결과가 나타났다. 마지막으로는 글로벌 차원의 금융기관들이 동일한 규정을 준수하는 상황에 놓이게 됨으로써 글로벌 경쟁의 차원에서 공정성이 높아졌다.
바젤II의 도입, 바젤 I의 문제점을 보완.
바젤 I은 은행들이 노출되어 있는 시장 및 신용리스크에 맞추어 적정 자기자본비율을 명시한 최초의 글로벌 자기자본규제로서 그 의미가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은 대출을 한 차주의 신용도에 따라 위험가중치를 설정치 않고 신용자산에 대해서 일률적으로 100%의 위험가중치를 적용한 점이다.
바젤II는 차주의 신용등급에 따라 위험가중치를 다르게 적용하였다. 이에 따라, 보유채권의 신용등급 하락이 발생하면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하고 그 결과, 자기 자본 규모가 일정할 때, 바젤II의 BIS 비율이 낮아지도록 설계되었다. 또한, 바젤 II는 금융기관 직원들의 실수, 고의적인 사고나 해킹 등 불의의 사고로 인한 위험인 운영리스크 부분도 포함시켰다.
바젤 II는 3가지 기둥(three Pillars)이라고 일컬어지는 다음의 내용으로 구분된다.
필라1은 신용, 시장 및 운영리스크 측정에 기반하여 산출되는 최저필요자기자본(minimum capital requirements)을 논의한다. 이는 규제자본(regulatory capital) 산출 시 충족해야 하는 필요조건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필라2는 감독당국의 점검절차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데 이 부분이 바젤 II에서 중요한 이유는 바로 자기 자본 규모의 확대가 금융기관이 직면한 리스크의 증가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이다. 금융기관이 당면한 리스크가 증가할 경우, 1) 금융기관의 리스크 관리 수준을 전반적으로 강화하고 2) 내부한도를 설정하거나 내부통제 방법을 개선시키는 것도 자기 자본을 증가시키는 것과 동일하게 리스크 증가로 인한 문제들을 해소시키는 중요한 방안들이라는 점을 바젤 II는 지적하였다.
필라3는 공시제도(Disclosure recommendation)를 논의한다. 공시의 주체 및 내용을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핵심적인 내용은 바로 자기 자본의 범위에 대한 것이다. 자기자본의 범주는 크게 기본자본과 보완자본로 구분된다. 기본자본은 핵심자본으로서 자본금(보통주), 이익잉여금, 미교부 배당금의 합계이다. 보완자본은 대손충당금, 전환사채, 자산재평가이익, 후순위채권 등으로 구성된 부채 성격의 항목들이다. 이들도 기본자본과 마찬가지로 자기 자본 범주에 포함시킬 수 있다.
바젤 III의 도입, 글로벌 금융위기로 바젤 II의 한계가 부각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베어스턴스의 몰락, 리먼브라더스의 파산보호 신청,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의 메릴린치 인수 그리고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의 금융지주사 전환 등 큰 사건들을 발생시켰다. 요컨대, 미국의 5대 글로벌 투자은행 중에서 3개의 이름이 금융시장의 역사 속에서 순식간에 지워졌다.
그러한 원인을 한 마디로 답한다면, “자금조달을 위한 단기부채의 규모가 매우 컸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미국 투자은행들은 주로 3개월짜리 기업어음(CP) 내지 1일 거래조건의 환매조건부 채권(Repo)과 같은 초단기 부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였다. 또한, 이 자금을 장기에 속하는 10년 만기 주택 모기지 채권에 투자하는 방법으로 수익을 창출했다. 이런 와중에 2007년 급격한 주택 가격의 하락이 발생했고 주택 가격과 연결된 유가증권 및 이를 기초로 하는 파생상품들의 가격도 동반 폭락했다. 대형 투자은행들은 가격이 급락한 보유자산을 시장에 팔아봐야 결코 단기부채를 갚지 못하는 입장에 놓이면서 파산의 압력에 직면했다. 다른 한편으로 위기상황을 인식한 금융기관들이 앞다투어 자금을 회수하면서 신용경색이 나타났고 이로 인해, 투자은행들이 필요한 자금을 빌릴 수 있는 가능성이 원천적으로 차단됐다. 결국, 자산 및 조달 측면에서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한 투자은행들은 파산했으며 당시 금융위기의 골을 더욱 심화시켰다.
기본적으로 바젤 II는 위험자산에 대한 자기자본규제이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리먼브라더스나 베어스턴스 파산은 위험자산으로서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단기부채가 파산의 핵심적인 이유였다. 당시 투자은행들의 단기부채가 빠르게 증가하더라도 미국의 금융감독 당국은 규제를 실시하지 않았고 다만, 상업은행 부문에 대해서는 일부 규제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실들을 통해서 바젤 II가 갖는 한계 및 바젤 III의 지향점을 알 수 있다. 바젤 II의 한계점은 바로 자산의 부실화 가능성만을 주로 고려했다는 것이었다. 즉, 단기부채로 인하여 발생할 수 있는 유동성 위험을 불행하게도 과소평가했다. 또한 바젤 III가 지향하는 바는 위기상황에서 단기부채를 갚을 수 있는 단기 유동성이 충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바젤 I이 최초의 글로벌 자기자본규제였으며 바젤 II는 위험을 차별적으로 세분화하여 발전했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면 바젤 III는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나타난 문제점들을 보완하고 재발을 막기 위한 것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시각을 바탕으로 바젤 III는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막대한 단기부채에 기반하여 자산을 운용하던 투자은행들의 고위험 추구 행태를 규제하고자 획기적으로 유동성 규제비율을 도입했다.
바젤 III를 통해 새롭게 전개되는 규제의 중요한 부분은 1) 자기 자본의 질적 강화, 2) 레버리지 비율 도입, 3) 유동성 규제비율 도입의 3가지 측면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로 자기 자본의 질적 강화가 언급되는 배경은 글로벌 금융위기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이 보유한 바젤II 기준의 자기자본이 실제 손실을 흡수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양질의 자본이 아니었다는 비판적인 시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은 자기 자본의 질적 측면을 강조하는 바젤III의 시각에서 볼 때, 기존 자기자본의 규모가 충분치 않았음을 반증한다. 바젤 III에서 자기 자본의 질적 강화를 위하여 새롭게 도입한 것은 크게 보통주 자본 비율과 완충자본 도입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로 레버리지 비율을 도입한 중요한 배경은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전까지 실제 총자산과 위험가중자산과의 괴리가 크게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괴리는 구조화 신용파생상품(ABS, CDO 등)의 비율이 높은 트레이딩 계정의 증가로 인한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BIS 비율은 정상적인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지라도 레버리지 비율, “자본/총자산(무형자산 제외)”은 매우 높은 수준이었다. 이렇게 바젤 III는 레버리지 비율의 도입을 통해 은행 경영에 있어 과도하게 레버리지(부채의 과도한 비중)가 증가할 수 있는 가능성, 즉 바젤 II가 갖는 문제점을 보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후 전개되는 유동성 위기는 은행들이 보유자산을 급격히 매각하도록 만들었다. 이러한 결과로 자산 가격 급락, 은행 손실 확대, 자본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셋째로 장, 단기 유동성 규제비율인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Liquidity Coverage Ratio), 순안정자금조달비율(NSFR, Net Stable Funding Ratio)을 도입했다. 바젤 III에서 순안정조달비율이 도입되는 이유는 장기적으로 운용되는 자산의 일정 부분이 유동성 위기를 촉발시킬 수 있는 단기적 성격의 자금으로 조달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다. 바젤 은행감독위원회의 회원국 별로 약간의 시차는 있으나 2013년 1월 이후로 바젤 III가 본격적인 시행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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